드림팩토리
변신 (프란츠 카프카 지음) 본문
그레고르는 어느때처럼 잠에서 깨어나 일어났을 때 본인의 몸이 커다란 벌레로 변한 걸 깨달았다.
아버지의 사업이 망하고 그레고르는 조용한 점원에서 외판원으로 변모한다. 이건 오로지 가족들을 위한 결정이었고 변화였다. 처음 월급을 가져다 주었을 때는 진심으로 감사한 눈빛을 주던 가족들은 곧바로 그레고르가 가족을 위해 벌어다 준 돈을 당연시 여기게 된다. 더 나아가 그레고르는 여동생이 음악에 관심 있는 것을 알고 음악학교에 보낼 계획까지 생각한다.
근데 갑자기 벌레로 변모한 자신을 보고 점점 가족들은 홀대와 무관심으로 대응하고 아버지와 어머니 여동생까지 모두 직장을 얻어 일을 하며 가정을 꾸리게 된다.
결국 폭발한 여동생이 저 벌레는 내 오빠가 아니라고 외치며 내보내야 된다고 소리친다. 그 이야기를 들은 그레고르는 그날 밤 자기 방에서 죽는다. 그리곤 그 사실을 알게 된 가족들은 안도하며 여행을 간다.
p.39
그레고르의 근심은 당시에 오로지 모두를 여지없는 절망으로 몰아넣은 사업의 불운을 식구들이 될 수 있는 대로 속히 잊어버리게끔 하는데 전력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 당시 그는 아주 특별한 열의를 다 바쳐 일을 시작했었고 단 하룻밤 사이에 보잘것없는 점원 보조원에서 외판사원이 되었다. 외판사원은 물론 돈을 버는 방식이 아주 달랐고 작업의 성과가 즉시 수수료의 형식으로 현금으로 변했으니 그것을 놀라고 기뻐하는 집안 식구들 앞 테이블 위에 놓을 수가 있었다. 그때가 좋은 시절이었다, 그 이후에는 한번도 그런 시절이, 적어도 그런 빛을 띠고는 되풀이되지 않았던 것이다. 후일 그레고르가 돈을 많이 벌어, 온식구의 낭비를 감당할 수 있었고 실제로 감당하기도 했건만 말이다. 사람들이 익숙해졌던 것이다. 식구들이나 그레고르 역시도, 식구들은 돈으 감사하게 받았고, 그는 기꺼이 가져다주었으나, 특별한 따뜻함은 더 이상 우러나지 않았다.
p.78
그러고 나서는 셋이 다 함께 집을 떠났다.
그들은 좌석에 편안히 뒤로 기대고, 장래의 전망에 대해 논의했는데 좀더 자세히 관망해 보니 장래가 어디까지나 암담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실은 서로 전혀 상세히 물어보지 않았던 세 사람의 직장이 썩 괜찮았으며 특히 앞으로는 상당히 희망적이기 때문이었다.
이 책은 짧은 단편소설이다.
난 왜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했을까가 아니라 주변 가족들의 변화가 인상깊었다. 그레고르가 벌어다 준 돈으로 생활이 가능할 때는 모두 일을 하지 않고 오히려 과소비를 하며 지내다가 그레고르가 돈을 벌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모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번듯한 직장을 잡고 빈 방을 세를 주며 생활을 이어간다. 이건 참 슬픈 일이다. 직장에서도 본인이 많은 업무를 보고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이 회사는 나 아니면 안될 것 같은 착각에 빠지지만 실상은 당장 그 사람이 나가더라도 회사는 잘만 굴러간다. 가장 가깝다고 느끼는 가족조차 쓰임새를 다하면 귀찮아하고 무시한다. 최근에 본 영화 보고타에서도 주인공을 가장 절망으로 밀어 넣은 사건은 다름아닌 아버지로부터 발생한다. 거래를 위해 큰 돈을 현금으로 가지고 있던 아들의 방에 총을 들고 가서 협박을 통해 돈을 강탈한다.
과연 이 책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난 이렇게 느꼈다. 타인을 위해 인생을 살지 말고 내 인생을 살라고.
그레고르는 가족을 위해 헌신적으로 자신을 희생하여 가족들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에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다. 돈을 벌어다 주지 않아도 가족은 아무런 타격이 없고 잘만 지내고 본인을 귀찮아 한다.
나는 워킹맘이지만 항상 우선순위는 내가 되어야 한다. 내가 바로 서야 가족이 건강하고 아이에게 건강한 사랑을 나누어 줄 수 있다고 믿는다. 내가 없는 헌신은 아무런 가치가 없고 결국 내 쓰임새가 다다랐을 때 남은 건 아무것도 없을 수 있다. 그런 허무함속에서 살고 싶지 않다면 독서를 통해 특히나 고전을 통해 삶을 영위하는 법에 대해 배워 나가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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